법학교육위원회의 로스쿨 예비인가 잠정안이 알려진 뒤 이에 대한 반발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탈락 대학들의 차원을 넘어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 종교단체들에까지 전면적인 거부투쟁이 확산돼 이의 제기와 소송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사태는 퇴임을 코앞에 둔 노무현 정부의 막후 조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런 결과는 노무현 정부가 총입학정원 제도에 집착하여 그 규모를 2000명으로 결정했을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총입학정원 제도가 로스쿨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위헌 요소마저 담고 있다는 점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를 간단히 무시하고 오로지 정치적 분배 논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두 달간에 걸친 법학교육위의 심사 과정을 항변거리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최종 결과는 누가 보아도 어설픈 기득권 분배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난마처럼 얽힌 로스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이제 와서 일부 대학의 정원을 쪼개 탈락 대학들에 분배하거나 '1광역자치단체, 1로스쿨' 같은 새로운 분배 기준을 추가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 뿐이다. 그로 인해 예비인가를 획득한 대학들마저 거부 투쟁에 합류하는 날이면 15년 만의 로스쿨 개혁은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서게 된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모든 것을 중단한 뒤 새로운 정부로 책임을 넘기는 것도 현명한 대안은 못된다. 오는 4월 총선에서 로스쿨 문제의 정치쟁점화는 불가피하며, 특히 치욕감에 휩싸인 몇몇 지역에서 이 문제는 핵심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로스쿨 개혁 자체가 다시 논의 대상이 된다면 이미 1년이 늦추어진 로스쿨 출범이 또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 시점에서 로스쿨 문제를 푸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먼저 총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확정했던 결정을 철회한 뒤 예비인가 대학들의 로스쿨 개원 준비가 끝나는 오는 8월 본인가 직전에 다시 확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00명이란 족쇄는 일단 풀리게 되므로 예비인가 대학 추가나 배정 인원 추가도 가능하게 되며, 교육인적자원부로서는 법학교육위가 예비인가시의 조건이행 여부를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총입학정원을 확정할 수 있게 된다. 로스쿨법은 어디에도 총입학정원을 인가절차 이전에 확정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물론 이 경우도 중요한 법적 문제가 등장한다. 현재의 로스쿨 설립인가 심사 절차가 총입학정원 2000명을 전제로 진행됐으므로 그 제한을 고려하여 아예 인가 신청을 하지 않은 대학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해 새로 시한을 정해 추가로 로스쿨 설립인가 심사 절차를 진행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존 예비인가 대학들이 본인가를 준비하는 기간(약 6개월)을 이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다.
이상의 해법은 어디까지나 총입학정원 제도를 고집스럽게 지키려던 노무현 정부와 현 국회를 고려한 것이다. 매사 책임과 경쟁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정책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것은 열려 있는 문제이며, 이 점에서는 4월 총선으로 구성될 새로운 국회도 마찬가지다. 단언컨대, 로스쿨 총입학정원 제도는 기존 법조계의 고질병인 특권의식을 다른 형태로 연장시키는 것일 따름이다. 엄격한 인가 기준을 충족한 대학이면 어디든 로스쿨을 설치할 수 있는 발상의 대전환이 긴요하다.
* 이 글은 법과사회이론학회의 공식적인 견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 법과사회이론학회 기획이사)
[국민일보 2008.02.03 20:17]




